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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왔는데, 마음은 아직 그곳에 있다
혼행 후 다시 떠나고 싶어지는 이유
혼자 여행을 다녀온 뒤, 이상하게 또 떠나고 싶어지는 이유.
혼행이 남긴 변화와 감정을 담은 감성 에세이.
혼자 여행을 다녀온 뒤,
이상하게도 바로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할 때가 있다.
짐은 풀었는데 마음은 아직 낯선 도시 어딘가에 남아 있고,
괜히 지도 앱을 열어보고,
다음엔 어디로 갈지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왜일까.
왜 한 번 혼자 떠나고 나면,
사람은 다시 혼자가 되고 싶어질까.
1. 혼자였기에, 나를 속이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혼행에서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되고,
먹고 싶지 않으면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괜찮은 척하는 나”가 아니라
“그냥 솔직한 나”로 존재했다.
그 편안함을 한 번 알아버리면,
사람은 쉽게 잊지 못한다.
2.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혼자 여행을 하면
하루 종일 거의 말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외롭기보다 고요하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맞장구치지 않아도 되고,
침묵조차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 침묵이
생각보다 나를 많이 회복시킨다.
3. 나의 속도를 되찾았기 때문에
함께하는 여행은 대부분 타협의 연속이다.
시간을 맞추고, 동선을 조정하고, 리듬을 섞는다.
하지만 혼행에서는
모든 속도가 오롯이 나의 것이다.
천천히 걷고 싶으면 그렇게 걷고,
하루를 통째로 비워도 아무 문제 없다.
그 속도를 한 번 되찾고 나면,
일상에서 잃어버린 나 자신이 선명해진다.
4. 돌아와서야 알게 되는 변화가 있기 때문에
혼행의 진짜 효과는
여행 중이 아니라, 돌아온 뒤에 나타난다.
사소한 일에 덜 흔들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아지고,
결정 앞에서 나 자신을 조금 더 믿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생각한다.
“다시 한번, 그 상태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또 혼자 떠난다
혼행은 도망이 아니라
잠시 나에게 돌아오는 일이다.
그리고 그 감각을 기억해버린 사람은
언젠가 또 조용히 가방을 챙긴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아무 기대도 없이,
그저 혼자.
다시 혼자 떠나고 싶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괜찮았다는 걸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