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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질 무렵 혼자 서 있는 여행자 실루엣 관련 사진

    기억에 남은 건 장소가 아니었다
    혼자 여행이 남긴 진짜 흔적

     

    혼자 여행을 다녀온 뒤 마음에 남은 것은 풍경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혼행이 남긴 조용한 변화에 대한 감성 에세이.

     

    여행을 다녀오면

    보통은 어디가 좋았는지부터 떠올린다.

     

    바다의 색,

    산의 공기,

    골목의 분위기.

     

    하지만 혼자 떠났던 여행은

    조금 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진 건 풍경이 아니라

    그때의 나였다.

     


    사진보다 오래 남은 감각

    사진첩을 열어보면

    분명 예쁜 장면들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진 속 풍경보다

    더 또렷하게 기억나는 건

    그 앞에 서 있던 나의 표정이다.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됐던 얼굴,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던 상태.

     

    그때의 나는

    생각보다 편안해 보였다.

     

    혼자였기에 생긴 여백

    혼자 여행을 하면

    일정에도, 마음에도

    여백이 생긴다.

     

    그 여백 속에서

    나는 자주 멈췄고,

    굳이 채우지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무언가로 채우느라

    나를 비워두지 않았는지

    그제야 알게 됐다.

     

     

     

     

     

     

     

    돌아온 뒤에야 알게 된 변화

    여행 중에는 몰랐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와

    사람들 속에 다시 섞였을 때

    확실히 느껴졌다.

     

    조금 덜 흔들리고,

    조금 덜 조급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을

    전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혼행은

    나를 완전히 바꾸진 않았지만,

    분명히 정리해 주었다.

     

    풍경은 스쳐가고, 나는 남는다

    여행지는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흐려진다.

     

    하지만 그곳에서

    어떤 상태로 머물렀는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혼자 여행이 남긴 건

    화려한 장면이 아니라,

    조금 단단해진 나였다.

     


    그래서 또 떠날 수 있다

    다시 혼자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건

    어디를 가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다.

     

    혼자 여행이 남긴 건

    풍경보다 나였고,

     

    그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음 여행을 가능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