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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이 쓰는 짧은 문장
눈이 내리는 길을 천천히 걸어보면
모든 발자국이 새로 쓰는 문장처럼 보인다.
오직 나만이 남길 수 있는 흔적이고, 오직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기록이다.
조용히 내려앉는 눈송이는 소리마저 흡수해 버리니, 발걸음 하나하나가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사소한 것에서 피어나는 온기
겨울의 낭만은 거창한 사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손끝을 스치는 겨울바람, 따뜻한 컵을 쥐었을 때 전해지는 온기,
하얀 눈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는 햇살, 겨울밤의 긴 호흡 속에서 조용히 정리되는 마음의 조각들—
그런 작고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낭만이 된다.
나는 눈 오는 날이면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간다.
작은 눈사람 하나에 기뻐하고, 하얀 들판을 보며 끝없이 상상하던 그 마음이 다시 올라온다.
비움으로서 얻는 위로
하얀 색은 비움의 색이기도 하다.
겨울은 우리에게 무엇을 채우라기보다 내려놓으라고 말하는 계절 같다.
마음을 가득 채웠던 것들을 서서히 비우면,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자리가 열린다.
그 조용한 과정이 주는 위로는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
오늘의 작은 다짐
창밖에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나는 작은 다짐을 하나 더한다.
“겨울의 고요를 닮은 마음으로, 오는 계절도 천천히 걸어가자.”
급하게 달리지 않아도 좋다. 눈길 위에 남긴 나의 발자국처럼, 천천히지만 분명한 걸음을 이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