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함께였다면 못 갔을 곳
혼자라서 가능했던 순간들
함께였다면 가지 못했을 곳들.
혼자였기에 비로소 도착할 수 있었던 장소와 마음에 대한 혼행 감성 에세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늘 누군가를 떠올렸다.
이 길을 함께 걸을 사람,
이 풍경을 같이 볼 얼굴,
이 순간을 공유할 대상.
그래서인지
어떤 곳들은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다.
함께라면 망설였을 장소들
길이 험해 보이는 곳,
버스가 드문 지역,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공간.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 있어?”
“시간 아깝지 않아?”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아마 이런 질문 앞에서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였기에
나는 그 질문을 받지 않았다.
혼자였기에 선택할 수 있었던 방향
지도에서 우연히 본 작은 점 하나,
이유 없이 끌렸던 이름 없는 마을,
사람 없는 해변으로 이어진 갈림길.
혼자였기에
설명할 필요 없이
그 방향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 선택은
누구의 동의도,
합리적인 이유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만난 건 장소보다 나였다
사람 없는 장소에 도착했을 때,
처음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이 공간이 낯선 게 아니라,
이렇게까지 나에게 집중해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그곳에서 나는
사진을 찍기보다 오래 머물렀고,
말하기보다 생각했다.
혼자라서 가능했던 경험
누구와도 가지 못했던 곳은
사실 아주 특별한 장소는 아니었다.
다만 그곳에 도착한
나의 상태가 달랐다.
재촉받지 않았고,
비교하지 않았고,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그래서 그곳은
‘장소’라기보다
‘경험’으로 남았다.
그래서 나는 안다
어떤 여행지는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열리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일 때만
비로소 허락되는 곳도 있다.
그래서 지금도
지도 위에서 망설여지는 장소를 보면
이렇게 생각한다.
“아, 이곳은
혼자 가야 하는 곳이구나.”